양마리는, 태어난 이래 강자가 되어본 적이 없다.
십여년을 노력한 리듬 체조, 사람과의 관계, 학교 성적. 금이 간 항아리에 물을 채워 넣듯,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다른 이들의 뒷모습을 겨우 따라잡는 둔재.
[내가 내 공격을 세 번 이상 피할 수 있다면, 특별히 나의 축복 또한 네게 건네줄 테니.]
최강의 마법사라 칭송받는 란드그리드 스승님은 이 동화같은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재능이 없는 나는, 또 얼마나 하찮아 보일까?
의뢰서를 펼쳐 본 순간,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눈을 깜빡이면 저만치 앞서 달려가 있는 친구들과, 늘 제자리에 머무르는 듯한 나. 반짝이는 작은 태양처럼 빛나는 재능을 가진 친구들과,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빛을 붙잡고 있는 나. 불꽃처럼 질투가 타오르다가도 곧 허망하게 사라진다. 친구를 질투하는 제자는 미움 받기 십상이니까. 질투마저도 스스로 원하는 만큼 하지 못하고 사랑받고자 끊어낸다. 그런 마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성취를 위해, 첫번째로 말하는 것. 누구에게도 질타받지 않는, 모든 이들이 인정한 길. 그리고 마리가, 마리도 할 수 있는 일. 그저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
실없는 생각을 하며 걸어가니, 마리는 어느덧 란드그리드가 서있는 실내 정원에 도착해 눈을 깜빡인다. 꽃을 보는 것을 좋아해 자주 온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서 있는 이의 위압감에 전혀 다른 장소처럼 느껴져 짧게 숨을 삼킨다. 향기롭게만 느껴지던 꽃 향기가 그 어느 때보다 독하게 느껴진다. 메스꺼운 느낌이 드는가 하면, 속이 바짝 조여든다.
저렇게 재능 있는 친구들도 어려워하니까, 난 정말 죽을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력 뿐이야. 열 번을 맞아도 한 번만 피할 수 있다면 괜찮아. 어차피 전과 달리, 이곳에서의 부상은 금방 회복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몸이 망가지는 것쯤은 상관 없어. 깊게 심호흡하며 상처투성이로 먼저 지나쳐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라고 다르지 않아. 아니, 난 더 할 수 있어. 그 애들보다 더 아낌없이. 그야말로 온몸을 내던져서.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인사를 했던가. “어디 덤벼보렴.” 하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머리가 뒤죽박죽이라 아무것도 모르겠다. 램프로 불을 밝히고, 노래를 부른다. 숨이 거칠어 노래는 드문드문 이어진다. 입에서 단내가 나게 된 지는 오래인지라 목소리는 이미 형편없다. 노래라고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마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노래는 의지를, 강렬한 열망을 타고 마법을 피워낸다.
팔은 내어줘도 괜찮아, 머리로 오는 공격은 피했으니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성대만 멀쩡하다면 다리는 조금 망가져도 상관없어. 다시 고칠 수 있으니까 망가져도 상관없잖아? 누가 마리의 생각을 읽었다면 극단적이라고 힐난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흘려보내며, 매섭게 후려치는 덩굴을 간발의 차로 몸을 꺾어 피하면 그대로 훅 발목이 감겨 꽃밭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입은 옷은 거친 땅에 쓸리고 찢겨 이미 넝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래도.
"그런 방식으로 몸을 소모시키는 건 효율이 나쁘다고 일러두마."
또각또각, 멀어지는 구두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속으로 답한다. 옆을 스쳐지나간 마지막 공격의 잔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도. 결국 성공했다는 기쁨에 취하지도 못한 그런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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